우아함의 무게
Ease Road
지난 5월 6일 찰스 3세, 그러니까 여전히 ‘찰스 왕세자’로 익숙한 그가 대관식을 치렀다.
700년 된 나무 의자, 777개의 보석이 박혔다는 성 에드워드 왕관, 그리고 책과 영화에서나 봤던 왕의 홀과 보주까지. 미약한 왕실 역사 ‘덕후’이자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방인’임에도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금세기 최초의 대관식이었다는 이 날을 통해 화제가 된 이는 여럿이다. 나 역시 한 사람에게 매료되었으니 70년 만에 왕이 된 찰스 3세도 아니오, 왕실 여인들의 보석도 아니다. 언뜻 보아도 무게가 상당할 듯한 보검을 들고 왕을 호위한 한 여자, 페니 모돈트다.
페니 모돈트. 그녀는 영국 보수당 하원 원내 대표이자 추밀원의 의장이다. 영국 최초의 국방부 장관이었던 그녀는 이제 기나긴 영국 왕실 역사상 대관식에서 처음으로 왕의 보검 전달 업무를 맡은 역사를 써냈다. 길이는 121cm, 무게는 3.6kg에 달하는 이 화려한 보검을 든 채 장장 1시간을 걷고 서 있었다.
후에 화제가 되자 인터뷰에서 미리 같은 무게의 모조품으로 훈련을 하고 팔 굽혀 펴기와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밝혔다. 하이힐 안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기도 하고 미리 진통제를 먹기도 했다고. 전통의 수호자를 자처한 그녀는 기존 대관식에서 전임자들이 입었던 화려한 가운은 거부하고 본인만의 컬러를 담은 원피스와 케이프를 매치하는 파격의 한 끗도 잊지 않았다.
지키고자 하는 신념과 그를 위한 부단한 노력, 전통에 대한 예우와 현대를 담아내는 시의성. 그 모든 것을 오롯이 자신에게 투영한 페니 모돈트는 현대적인 우아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보여주었다. 보검의 무게를 감내하며 비로소 얻어 낸 권위와 찬사.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여성으로서 내가 페니 모돈트에게 배운 우아함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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