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캠퍼가 된 이유
지독한 집순이에다 젊더라도 고생 같은 건 사고 싶지 않았던 나, 나는 3년 차 ‘캠린이’다.
여러 장비로 인해 꽤 번잡스럽기 그지없는 캠핑, 특히 무질서한 자연에서라면 불편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 역시 처음엔 손수 짐을 싸고 풀고를 되풀이하는 이 효율성 떨어지는 캠핑이란 행위를 굳이 휴가까지 내어가며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느덧 캠핑 용품 하나둘 구매하는 것이 낙이 되었고, 명당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광클’을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 15년가량 직장 생활을 이어가다 보니 일상에 새로울 것이 없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가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어느새 15년이 되었다.
막 입사한 신입이라면, 배워야 할 수많은 업무와 어색한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가 긴장되고 설레일 수 있지만, 나는 뭐랄까. 업무의 요령만 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감흥은 적은데 짜증은 풍성한 날이 반복되다 보니
인생 전체가 긴 습관에 불과하며,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빠지게 되어버린 요즘이다.
그런 나에게 캠핑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준다. 캠핑은 자연과 맞닿아 있으며 (한창 자연이 좋아질 나이이긴 하다.) 단순히 쉬고 즐기는 것보다 무언가 할 거리를 만들어준다. 내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해준다. 내가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 뿐인가.
차 안 가득 찬 짐을 풀고 펼치기를 수없이 반복하며 나만의 공간을 완성하고 나서, 시원해진 맥주 한 캔을 따서 들이키는 그 찰나의 순간. 며칠 동안은 나의 집. 때론 바다, 때론 산이기도 한 또 다른 나의 집에서 보이는 풍경들.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맥주의 짜릿함에 살랑 불어오는 바람까지, 감동은 더 격렬해진다.
나도 비로소 캠핑의 매력에 빠지는, 더할 나위 없는 찰나의 순간을 경험하고 만 것이다.
모든 것이 잘 짜여진 곳에서 휴식을 관조적으로 ‘즐기기’ 보다, 나로 인해 온전히 휴식을 내 것으로 ‘취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노력을 통해 비로소 내 휴식은 완전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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