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공연장
연말연시, 마음만은 공연장에 있다.
당신이 연말을 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나의 소소한 의식은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할, 기억할만한 공연 하나는 꼭 관람하는 것이다. 올해 만일 팬데믹이 없었더라면 나는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비록 그 만일이란 가정이 무색하게 여전히 상황은 지속되고, 공연은 어김없이 취소되었지만.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 마음껏 나눠보지 못한지 벌써 일 년. 기어이 한 해는 가고야 말았고, 또 한 해를 맞아야만 한다. 그래서 올해는 방구석 1열에서 나만의 한 해를 보내기로 했다. 세계적 아티스트가 우리 집 거실로 온다. 치열한 티케팅도 필요치 않고 긴 여행을 가지 않아도 된다. 다만 맛있는 치즈 플래터를 차려내고 와인 한 잔을 곁들여 나름의 무드를 연출해보려 한다. 그리고 부디 내년에는 공연장 1열에서 진정한 문화사치를 누려보기 바라며.
첫 번째, <베를린 필하모닉 디지털 콘서트홀 – Berliner Philhamoniker Digital Concert Hall>
베를린 필하모닉이 운영하는 디지털 콘서트홀이다. 한 해의 공연 캘린더를 한눈에 볼 수도 있다. 이제까지 베를린 필의 공연 실황 600여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어 있는, 클래식 마니아들에겐 보고(寶庫)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마지막 공연은 12월 31일 오후 6시에 중계하는 새해 전야 콘서트 <The Beginning Of a New Era!>. 2019년 부임한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하고, 세계적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파블로 사인즈 비예가스’가 공연한다. 베토벤, 호아킨 로드리고, 쇼스타코비치의 곡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두 번째, <유튜브 ‘쇼 머스트 고 온’ 채널 – The Show Must Go on>
세계 최고의 팬텀과 크리스틴, 시에라 보게스와 라민 카림루, 일레인 페이지가 부르는 캣츠의 ‘Memory’까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나 볼법한, 아니 이제는 보기도 어려운 전설적 뮤지컬 배우들의 무대를 집에서 보고 듣는다. 그것도 손가락 하나만 있으면! 유튜브 채널 ‘The Show Must Go On’에는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할 뮤지컬 넘버가 대거 포진돼 있다. 전막을 볼 순 없지만 이 명배우들의 명연기와 노래를 아무 비용 없이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세 번째, <클래식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다지오 (IDAGIO)>
아이다지오는 독일에서 운영하는 클래식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클래식계의 ‘멜론’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아이다지오의 ‘디지털 콘서트홀’ 에서는 평소 티켓 가격의 1/10도 안 되는 비용으로 클래식, 아카펠라, 합창 등 다양한 분야의 공연을 접할 수 있다. 특히 추천하는 것은 빈 소년 합창단의 ‘Sient Night’. 빈 소년 합창단은 공연과 음원 판매 수익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다보니, 모든 투어가 취소된 이때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9.9유로, 우리 돈으로 14,000원으로 천상의 목소리를 듣고 느끼고, 이 소년들의 노래를 지킬 수 있다. 이 밖에도 영국의 전설적인 아카펠라 그룹 ‘The King’s Singers’의 공연 시리즈도 추천한다.
그리고, 성재영이즈피부과
성재영이즈피부과에 방문한 당신,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자. 주문 제작한 오디오 시스템, 그리고 하얀 벽면을 가득 채운 시네빔을 통해 나오는 정경, 음악이 더해져 특별한 휴식을 선사한다. 혹시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말해보자. 특별 신청곡을 받아줄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