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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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이들을 대할 때가 많다. 어느 날, 쌍커풀 없는 눈이 매력적인 한 아이와 함께 보드게임을 하게 됐다. ‘라떼는 말이야, 천 원짜리 게임 하나로 교실을 평정했어!’ 호기롭게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도전했지만 결과는 백전백패.
“하, 선생님은 ‘겜린이’라서 잘 못 하나 봐.”
아이는 “선생님, 겜린이가 뭐예요?” 라고 묻는다.
“아,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을 ‘게임+어린이’를 붙여서 겜린이라고 해”
요즘 무엇인가에 미숙하고 잘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할 때, ‘~린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골린이 (골프+어린이), 주린이 (주식+어린이), 헬린이 (헬스+어린이) 등. 포털 사이트 뉴스란에도, 책 제목에서도, 평소 대화에서도 아주 흔히 듣고 볼 수 있는 단어다.
그러자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건 아니라는 듯 두 손을 저으며 이야기한다.
“저는 어린이인데 선생님보다 게임을 더 잘하잖아요? 그럼 어린이는 잘 못하는 사람이 아닌데요?”
어린이라는 단어는 ‘나이가 적다’라는 뜻의 ‘어린’과 의존명사 ‘이’가 결합한 말이다. 1920년 소파 방정환 선생이 아동들은 어른에 종속되는 존재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임을 알리기 위해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늙은이’, ‘젊은이’처럼 아이들을 격상시키고, 존중하고 독립된 인격체로 여기자고 한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 100년이 지난 지금 유행어라는 이름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O린이’라는 단어는 남용된다. 여기에는 ‘어린이 = 어느 것에 미숙하고 잘 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의 편견 어린 시선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매년 5월 5일이 되면 어린이날을 축하한다고 선물을 건네고,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아동 범죄 사건에는 전 국민이 분노하면서 일상에서는 어린이에 대한 편견 어린 용어를 마구잡이로 사용한다. 필자 역시도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에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맞아, 선생님이 게임을 잘 못하는 어른일 뿐인데 겜린이라니, 미안해! 이런 단어는 다시는 쓰지 않을게”
아이는 “괜찮아요. 다음부터 안 쓰면 되죠. 그나저나 게임 계속 졌으니까 약속한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라며 손을 내민다. 아, 이렇게 아이들은 그 맑은 마음을 내 보이며 어른의 실수 한 번쯤 너그러이 용서해 줄 줄 아는 존재들이다.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이야기했다. “저보다 게임을 잘하는 OOO 어린이! 한 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이 가르쳐 주세요!”
10년 넘게 어린이 책 편집자로, 독서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다. 독서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 어린이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지 않는 이유는 직접 읽지 않고서는 ‘어린이라는 세계’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배우지 않는다고 다그치면서 어른들은 쉽게 배울 수 없는 법. 누구나 거쳐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그 ‘어린이라는 세계’에 대해 함께 탐구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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